사진은, 집에서 재연해 보았습니다.
길이도 많이 길지 않은 집에 있는 솔 입니다.
조금 튼튼한 비닐로 솔 머리를 감쌌고, 이 상태로 막힌 변기를 뚫으시면 됩니다.
이것보다 조금 큰 비닐이면 더 좋습니다.
살다보니 한순간의 실수 또는 잘못된 판단으로 아차! 하는 순간이 있는데 최근 들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회사에서 혼자 쓰는 변기가 막힌다는 것이 이렇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날의 기억을 이곳에 기록함으로서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리...!
우리 회사의 가장 골칫거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 할 곳이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그렇고 직원 분들도 그렇고 과일껍질이 나오면 비닐 지퍼백에다가 담아서 집으로 가져가서 버립니다.
그런데 사건이 터진 2020년 2월 6일 목요일 오전 9시 30분경!
회사에서 귤을 먹고 남겨진 귤껍질을 제가 지퍼백에 담아서 차곡차곡 모아놨었어요.
한 2~3일 정도 지나니깐 말라 비틀어질 줄 알았던 귤껍질들이 예상과는 다르게 맨 밑에부터 하얀 곰팡이가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목요일에 저는 생각합니다.
「아 이걸 집에 가져가서 버리기도 뭐하고, 집에 가져가다가 내 차에 곰팡이 생길것 같아! 처리를 하자!」
저는 지퍼백에 들어있던 귤껍질들을 화장실로 가져가서 변기에 한꺼번에 쏟음과 동시에 변기를 누릅니다.
그리고는 귤껍질들이 낙하할때 아차! 했습니다.
'잘못하면 변기 막히겠다!' 라고 이미 변기를 누른 뒤 깨달은 것이지요.
귤껍질이었지만 좀 작은 지퍼백에 한 3일정도 꽉꽉 눌러 담아놨던 것이라서 귤껍질 뭉치가 주먹만했어요.
큰 귤 정도의 크기라고 보면 됩니다.
불길한 예감은 맞아 떨어진다고 했지만 희망을 갖고 다시 변기를 눌러보니 변.기.막.힘!
회사에서 뚫어뻥을 찾았지만 그 비슷한 형태의 물체조차 없었습니다.
사실 회사 변기 수압이 정말 좋거든요. 웬만해서는 안막히겠죠.
일단 오전에는 회사에서 제가 바쁜 관계로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 할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그리고 틈날때마다 인터넷 검색을 엄청 해가면서 다른 직원들 눈치를 보며,
「쟤는 설사병 걸렸나봐. 화장실에 너무 자주 들락거려」라고 생각할까봐 사무실에 사람 아무도 없을때 따다닥 화장실로 가서 한 10분쯤 씨름하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서 하나씩 실천을 해봤습니다.
1. 변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본다.
우리 회사는 손이 데일정도로 뜨거운물이 나와서 세면대에다가 물을 가득 채우고 0.7L정도 담을 수 있는 통으로 계속 부어봤어요.
뜨거운물을 하루종일 10세면대~12세면대 정도 부었을거예요!
중간에 변기를 내리니깐 넘쳐 흐를 것 같아서 물이 다 내려갈 때까지 휴식기를 가집니다.
2. 샴푸 또는 린스나 세제를 붓고, 1~2시간 숙성시킨 뒤 물을 내려본다.
회사에 린스 쓰다가 남은것과 재활용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한 다 쓴 샴푸통에 남아있던 샴푸까지 모두 종이컵 4분의 1씩 부어가며 뜨거운물을 부어봤습니다.
샴푸&린스 냄새만 온 사방에 퍼져 진동을 치고 실패!
조금 있다가 주방세제도 종이컵의 4분의 1씩 부어봤어요.
변기통에 거품만 가득하고 역시나 넘쳐 흐를듯한 모양새에 그냥 제 자리로 돌아왔어요. 이럴경우 휴식기를 가져야 하니까요.
3. 샤워기로 물을 뿌리되, 물의 모양이 회오리 모양이 되도록 물을 뿌려본다.
이것은 아쉽게도 할 수 없었어요. 샤워기가 고장이 나서 말이죠.
4. 고무장갑을 끼고 작은 쓰레기통 같은것들을 활용해서 변기홀에 공기의 압박을 줘본다.
사실 이거는 페트병으로 해야 하는건데, 페트병도 찾을때는 없다고 재활용 쓰레기통 다 뒤졌는데 커피컵 플라스틱만 많고 페트병은 단 1개도 나오지 않아서 하지 못했고요.
작은 쓰레기통으로 공기의 압박을 주거나 다 쓴 샴푸병으로 공기의 압박을 줘봤어요. 하지만 변기홀을 완전히 밀폐시킬 정도는 아니라서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 됩니다.
생각한대로 내려가지 않았어요.
그 이외에 변기통 위를 랩으로 안떨어지게 테이프로 뱅 둘러서 붙인 뒤 변기를 누르면 랩이 부풀어 오르는데 그때 그 랩을 눌러서 압력을 주는 방법, 뚫어뻥 말고 뚫는 기구가 있다는데 그걸 사다가 뚫기등등이 있었지만 도구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비닐 큰거나 뾰족하고 길고 유연한 그런 물건을 회사 안에서는 구할 수 없었기에 목요일엔 일단 포기를 하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집에 돌아오게 됩니다.
직원분이 저 퇴근할때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오늘은 엄청 피곤해 보이네?」
(하루종일 변기를 뚫었다고 말할수도 없고...)
집에 돌아오면서 부모님과 통화하다가 제 나이에 어린애도 아니고 귤껍질을 변기통에 버리는 사람이 어딨냐고 욕먹었습니다.
웬만해서는 귤껍질은 녹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뚫기 힘들거라고 업체 불러서 흡입하거나 변기통 다 들어내야 할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회사에서 저의 화장실이 사라지는 것이었고,
여자화장실은 저 혼자 쓰는 화장실이라서 윗사람들 다 남자밖에 없는데...
「변이 너무 커서 변기가 막혔어요」 이렇게 보고드리기에도 너무 쪽팔리고,
「귤껍질을 변기통에 넣어서 변기가 막혔어요」 이렇게 보고드리면, '이런 미친년이 어디있나!' 이렇게 바라볼까봐 그게 더 문제였어요.
회사 설립후 변기통을 막히게 한 첫번째 여직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것인가 말 것인가?!
당장 내일은 2월7일 금요일이고, 그 다음주에 돌아오는 월요일 새벽에는 청소업체에서 오셔서 회사건물 전체적으로 청소를 하시기에 금요일 내에 변기를 뚫어야 했어요.
금요일 내에 변기를 못 뚫으면 욕 먹더라도 보고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숨기고 있어도 어차피 월요일이면 밝혀질 일이었으니까요.
사비 들여서라도 뚫으려고 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옷도 안 벗은채 한참 유튜브랑 검색엔진에 온갖 검색을 해봅니다.
그러다가 10초면 변기가 뚫린다는 유튜브 영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구도 뚫어뻥 같은 큰 물체가 아니라 솔이랑 좀 튼튼한 비닐봉투 하나면 되는거예요.
뭐라도 해보면서 변기를 뚫어보자 하는 마음에 집에서 도구들을 챙겼습니다.
비닐봉지, 솔, 옷걸이 펴서 늘린거 1개
그리고 다음날(2월7일 오전 7시45분),
큰 가방에다가 도구들을 숨긴 채 출근 합니다.
바로 화장실로 가서 어제 저랑 엄청 씨름했던 변기의 상태를 살펴 봤어요.
변기홀에 물은 아주 적게 남아 있었어요. (변기가 나 아직 막혀있소! 라고 말하는것 같았음)
저는 팔을 걷고 고무장갑을 끼고, 세면대에 물을 받아 작은 쓰레기통으로 변기에 물을 조금 부어 준 뒤
변기통 버튼을 누르고 1초 있다가 비닐 씌운 솔로 아주 빠르게 변기 홀을 쑤셨습니다.
이걸 하면서 느낀점은, 남자든 여자든 힘이 센 사람이면 조금 더 수월 하겠다 싶었어요.
저의 경우 물이 가득 찬 변기에서 빠르게 변기물의 흔들림과 반대 방향으로 압력을 준다는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렇게 10초만에 뚫린다던 변기통은 1차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오전 8시30분쯤? 2차시도를 하러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그 전에 옷걸이 가져간걸로 한번 찔러 봤어요.
30cm정도였을 거예요. 그렇게 깊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찔러보니 그 순간 귤냄새가 잠시 나는것도 같았어요.
여전히 변기는 그대로 막혀있었고, 변기물은 중간쯤 차 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비닐로 감싼 변기솔로 각도를 맞춰놓은 뒤 변기물을 내리고 1초후에 온 힘을 다해서 변기홀을 쑤시기 시작합니다.
한, 15초정도 쑤셨을까?
변기통이 반가운 소리를 냈습니다.
「걱걱 꼬로록 꺽걱」
그러더니 갑자기 물이 휙~~~~하고 조금씩 내려갑니다.
우와...!
이틀동안 고생한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날아갈 듯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변기버튼을 눌러봅니다.
다시 눌러도 잘 내려갑니다.
아...이렇게 회사 남자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변기통을 뚫어뻥 없이 뚫었습니다.
아침에 뚫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 드립니다.
이때의 기쁨이 느껴지는 카톡을 보여드립니다!
부모님께서는 저에게 운이 좋았던 거라고도 하는데, 뚫어뻥 없이 심하게 막힌 변기를 뚫었다니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까지 감격의 기쁨이 밀려 옵니다.
다 유튜브 영상 덕분입니다.
제가 도움받은 유튜브 영상 주소를 아래에 올려 놓을게요.
변기통 막히신분 도움 받으세요!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방법이 일반 뚫어뻥 보다 좀 더 쎈 압력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엄한거 변기통에 넣어서 막힌거 아니면 뚫리는것 같아요.
저의 경우도 거의 업체 부를뻔한 경우였는데 그 커다란게 내려 갔으니까요.
이제와서 밝히지만 그 덩어리의 크기가 큰귤 2개정도 뭉쳐놓은듯한 크기는 됐을거예요.
한가지 더 알아둘 점은 변기통 뚫은 훈장이랄까? 다음날이 토요일이었는데 일어나니깐 안쓰던 근육을 사용해서 팔이 매우 아팠습니다.
※이렇게 얻은 한가지 교훈 : 녹지 않는 물질은 절대 변기통에 버리는거 아니라는것!
[제가 변기 뚫는데에, 뚫어뻥 없이 도움 받은 유튜브 영상 입니다. 다소 지저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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